익스트림 프로그래밍(Extreme Programming)의 현장 고객에서 생각을 따와서, 기획자를 현장 고객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획자는 일반 고객과 약간 다른 성격을 갖고 있으므로,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어려워 보입니다.
일반적으로 고객은 돈을 지불하는 역할을 합니다. 고객이 생산자에게 원하는 것을 말하면, 생산자는 그것을 생산하는 데에 필요한 비용과 시간을 답해 줍니다. 고객은 생산자의 답변을 참고해서, 그에 맞는 돈을 지불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돈에 관련된 문제는 전적으로 고객의 책임입니다. 예를 들어, 위험 요소가 많다는 답변을 듣고도 돈을 지불했다면, 그 돈을 날리는 것은 고객이 감수한다는 것입니다. 고객 자신이 원하는 것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거나 잘못 설명해서 엉뚱한 물건이 나온다면, 그 또한 고객의 책임입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게임 기획자는 결과에 대해 책임을 많이 지지 않습니다. 위험 요소가 많다는 답변을 듣고도 강행한 후에 결과가 잘못돼도, 기획자는 책임을 떠안지 않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기획을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표현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실제로 프로젝트에 문제가 생겼을 때 영향을 받는 것은 개발 팀 전체입니다. 이렇다 보니, 기획자는 기획에 대해 책임감을 강하게 느끼기 어렵고, 신중한 결정을 하질 않게 되는 것입니다. 이건 기획자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게임 개발 체계의 문제입니다.
하지만 프로그래머가 기획을 간섭하려 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봅니다. 기획자의 요구에 대해 예상되는 문제점과 필요한 자원을 정확히 알려 주는 것에 중점을 두어야 할 것입니다. 기획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일이 잘못된 방향으로 전개된다면, 관리자의 협조를 얻어 함께 조율하는 게 나을 것입니다. 만약 관리자마저도 잘못된 결정을 한다면, 다른 팀이나 회사를 알아보는 게 나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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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기획자가" 어떤식으로든 자신의 기획에 비용을 지불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스크립트" 가 좋은이유중 하나가 바로 이겁니다.
기획자가 스크립트를 사용하면, 스스로 자신의 기획때문에 얼마나 많은 코드를 엎어야 하는지 자각하게 되고, 최대한 시스템을 지키면서 기획을 하게 됩니다.
스크립트의 잘 알려지지 않은 강력한 장점중 하나가 바로 이러한 부수효과입니다.
음 그게 어느 정도 효과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기획자들은 막노동을 별로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큰 효과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제가 본 기획자 대부분은 공식보다는 테이블을 좋아하고 생산성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질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