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 지은이: 박노자, 한홍구, 홍세화, 하종강, 정문태, 오지혜, 그리고 다우드 쿠탑
  • 펴낸 곳: 한겨례신문사
  • 펴낸 날: 2004년 09월 14일
  • ISBN: 89-8431-124-3(8984311243)


평점

★★★★☆


평가

진보적 성향을 갖는 사람들의 강연을 정리한 책인데, 내용도 괜찮고 생생한 인터뷰 형식이라서 이런 주제를 다루는 책 치고는 꽤 재미있습니다. 한 번쯤 읽어 보면 생각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인상깊은 부분

저는 고구려가 힘이 강해서 좋은 거라기보다는 그 문화가 다양해서 좋습니다.
교과서에 의하면 우리 민족은 한 번도 다른 민족을 침략해본 적이 없는, 평화를 사랑하는 백의민족입니다. 교과서는 또 이렇게도 가르칩니다. "위대하신 광개토대왕께서 고구려 영토를 많이 확장하셨는데......" (청중 웃음) 이건 모순입니다. 베트남전 파병 때 우리는 침략군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지금도 이라크에 재건하러 간다고 합니다.
물론 여기에는 현실론을 말씀하시는 분도 많을 겁니다. 한미동맹 관계를 감안해서 꼭 파병을 해야 한다, 이라크 전쟁 나쁜 것은 다 알지만 약속인데 어쩔 수 없지 않느냐...... 하지만 그분들께 묻고 싶습니다. 미국과 동맹을 맺고 있는 나라들이 많이 있지요. 그 중에 파병하는 나라가 몇 개나 됩니까? 왜 다른 나라는 불이익을 당하지 않습니까?
대학이 서열화되어 있지 않아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쟁은 일어납니다. 오히려 대학이 평준화되었을 때 공정한 경쟁이 가능합니다.
한국사회는 지금까지 일제치하, 분단, 지나치게 권위주의적인 정권 아래에 있었기 때문에 다름의 관계를 항상 부정하는 관계에 익숙합니다. 나하고 너하고 의견이 다르면 서로 극복해야 한다는 관계에 익숙한 것인데 다름의 관계는 그런 것만 있는 게 아니라 상대의 존재를 인정하면서 경쟁하는 관계도 있습니다.
한국사회 구성원들은 일생에 걸쳐서 딱 두 번 학습 노동을 합니다. 대학 입학할 때까지, 그 다음엔 취직할 때까지.
텔레비전에서 보도한 뉴스가 있습니다. 인큐베이터에서 자라는 조산아들, 경험 있으신 분들 아시겠지만 한 달 병원비가 대략 2천만 원 정도 나옵니다. 최소한 천만 원. 처음엔 빚을 내서 한두 달 감당하던 산모가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으니까 의사한테 각서 써주고 아기를 퇴원시킵니다. 아기가 그 다음 날 사망합니다.
가까운 일본에서조차, 자유경쟁 사상이 우리보다 더 사회 전체를 지배하는 일본에서조차-자유경쟁 사상이란 똑똑한 사람은 경쟁에서 이겨서 잘살고, 못난 사람은 경쟁에서 져서 못사는 것이 용납되는 사고방식이란 뜻입니다-아기들은 태어나면 2년 동안 정부가 치료비 전액을 지원합니다. 최소한 그렇게 되어야 정상적인 사회입니다.
나중에 그 사람에게 들었습니다. 국민학교 4학년 때 자기가 봐도 세상이 너무 불평등하더라는 겁니다. 부자는 어마어마하게 부자인데 가난한 사람들은 지지리도 가난합니다. 부잣집 아이들과 가난한 집 아이들은 먹는 음식도, 옷도, 학용품도 다릅니다. 학교에 가면 어떤 선생님은 대하는 것도 달라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더랍니다. 자기가 생각하는 가장 높은 곳으로 찾아갔어요. 그게 군청입니다. 군청에 투서를 던지고 돌아왔는데 국민학교 4학년짜리 투서 첫 줄이 이렇게 시작했답니다. "백성은 도탄에 빠졌다." (청중 웃음) 다음날부터 정보과 형사들이 집에 들이닥치기 시작하더니 "배후를 대라, 이것은 4학년짜리가 쓸 수 있는 게 아니야!"
세계 최대의 휴대폰 생산 판매 회사는 핀란드의 '노키아'라는 회사입니다. 이 회사의 부회장은 안시 반요키라는 40대 중반의 남성입니다. 이 사람이 취미로 오토바이를 타는데, 헬싱키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제한 속력 50킬로미터인 도로에서 75킬로미터로 달리다가 단속에 걸렸습니다. 과속 스티커를 한 장 받았습니다. 그런데 당시 그 사람이 단 한 번 과속하다 걸려서 내야 했던 범칙금이 우리 돈으로 1억 3천만 원이었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됐을까요? 어떻게 과속 한 번 했다고 1억 3천만 원의 범칙금을 내야 할까요? 이것이 정상적인 사회가 가지고 있는 법과 제도입니다. 그 사람의 재산과 수입에 비례해서 벌금을 부과합니다.
미군은 하루 2,497회 공습으로 히로시마 핵폭탄 7배를 웃도는 88,500톤에 이르는 폭탄을 이라크에 쏟아 부었습니다. 그러나 미군들이 제공한 비디오에서 우리가 본 이른바 정밀탄은 약 6천 톤으로, 전체 투하량 7퍼센트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나머지는 명중률이 30%에 못 미치는 흔히 말하는 '멍텅구리 폭격'이었지요. 그래서 20만 명에 이르는 시민들이 사망했을 만큼 막대한 민간 부문 희생을 치렀던 겁니다.
미국에서는 극악한 테러리스트라고 하지만 아흐마드 야신은 하마스의 정신적인 지도자입니다. 야신과 인터뷰하던 중 그이가 제 인식을 바꿔놨던 질문이 하나 있었습니다. 제가 "하마스를 대개 테러리스트라고 여긴다. 동의하는가?"고 물었더니 "너희도 일본한테 식민통치를 당하지 않았느냐, 너희는 안중근을 테러리스트라고 부르는가?"고 되묻는 겁니다. "아니다. 민족 영웅으로 본다." 저는 그렇게 대답했고, 야신은 그게 자신의 대답이라고 했습니다.
2008/02/16 22:58 2008/02/16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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